헬스장에서 무거운 바벨을 드는 남성은 흔하지만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리포머 위에 올라가 있는 남성의 모습은 아직 상대적으로 낯설다. 필라테스를 여성 중심의 유연성 운동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필라테스의 운동 원리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필라테스는 단순히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운동이 아니다. 코어를 중심으로 몸의 정렬과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팔다리를 정확하게 움직이는 능력을 훈련하는 운동에 가깝다.
특히 웨이트트레이닝이나 골프를 즐기는 남성이라면 필라테스의 장점을 생각보다 크게 체감할 수 있다.
필라테스는 무엇이 다른가
웨이트트레이닝에서는 얼마나 강한 힘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다. 러닝은 심폐지구력과 지속적인 운동 능력이 중요하다. 스트레칭은 관절의 가동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필라테스는 조금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다.
'내 몸을 얼마나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
필라테스에서는 복부뿐 아니라 허리, 골반, 둔근 등 몸의 중심부를 안정시키면서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동작이 반복된다.
따라서 무거운 중량이나 빠른 움직임보다 자세와 호흡, 관절의 위치, 움직임의 정확성과 통제가 중요하다.
유연성과 근력을 함께 사용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단순히 관절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넓어진 가동범위 안에서도 몸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도록 훈련한다.
이를 간단히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운동| 주요 목적
웨이트트레이닝| 근력과 근육량
러닝| 심폐지구력과 체력
스트레칭| 유연성과 관절 가동범위
요가| 유연성·균형·심신 조절
필라테스| 코어·정렬·안정성·움직임 제어
특히 리포머(Reformer)와 같은 필라테스 기구는 스프링을 이용해 저항을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움직임을 보조하기도 한다. 개인의 신체 능력에 맞게 운동 강도와 움직임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필라테스의 차별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얼마나 무겁게, 빠르게, 많이 움직였느냐보다 얼마나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였느냐를 훈련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에게 필라테스가 필요한 이유
남성에게 필라테스가 의미 있는 이유는 근육을 크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드는 것에 가깝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오래 한 사람도 의외로 고관절이나 햄스트링이 뻣뻣하거나 흉추의 회전 범위가 부족할 수 있다. 근육의 힘은 충분하지만 골반과 척추를 안정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힘은 강해도 움직임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쿼트나 데드리프트를 할 때 코어와 골반이 제대로 안정되지 않으면 허리에 불필요한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 필라테스에서는 복부와 골반, 척추를 안정시킨 상태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훈련을 반복한다.
남성이 필라테스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부분은 다음과 같다.
코어 안정성, 고관절과 흉추의 가동성, 자세와 균형, 좌우 신체 불균형 관리, 움직임의 정확성 향상 등이다.
따라서 필라테스는 웨이트트레이닝의 경쟁 운동이라기보다 보완 운동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웨이트가 **'힘을 만드는 운동'**이라면 필라테스는 **'그 힘을 제대로 전달하고 통제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골프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필라테스와 특히 궁합이 좋은 스포츠 중 하나가 골프다.
골프 스윙은 팔의 힘만으로 만들어지는 동작이 아니다.
지면을 딛고 있는 발에서 시작해 다리와 골반, 몸통, 어깨, 팔을 거쳐 클럽으로 힘이 전달되는 복합적인 회전 운동이다.
이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발 → 다리 → 골반 → 코어 → 흉추 → 어깨 → 팔 → 클럽
이 연결 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부위가 이를 보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흉추의 회전이 부족하면 허리를 과도하게 회전시킬 수 있고, 고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면 골반 회전도 자연스럽지 못해질 수 있다.
코어가 불안정하면 하체에서 만들어진 힘을 상체와 클럽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필라테스는 바로 이런 부분을 훈련한다.
1. 백스윙을 위한 회전 능력
골프에서 필요한 회전은 단순히 허리를 많이 돌리는 것이 아니다. 고관절과 흉추가 충분히 움직이면서 골반과 몸통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한다.
필라테스에는 흉추 회전과 고관절 가동성을 함께 다루는 동작이 많아 자연스러운 회전 동작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 스윙의 중심을 잡아주는 코어
강한 스윙에서는 빠른 회전이 발생한다. 이때 몸의 중심이 무너지면 클럽의 움직임도 흔들릴 수 있다.
필라테스는 몸통을 안정시킨 상태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훈련을 반복하기 때문에 스윙 과정에서 중심을 유지하는 능력을 보완하는 데 적합하다.
3. 힘의 전달
비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팔에 힘을 주는 것보다 하체에서 발생한 힘을 효율적으로 클럽까지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라테스가 직접적으로 헤드 스피드를 높여주는 운동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골반과 몸통의 안정성 및 움직임을 개선함으로써 힘이 전달되는 신체적 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4. 좌우 불균형 관리
골프는 기본적으로 한 방향으로 스윙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오랜 기간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면 신체 좌우의 움직임이나 근육 사용 패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필라테스에서는 좌우를 독립적으로 움직이거나 양쪽의 움직임을 비교하는 동작이 많아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고 보완하는 운동으로 활용할 수 있다.
비거리를 늘리고 싶다면 필라테스만으로 충분할까
그렇지는 않다.
비거리에는 스윙 기술, 클럽 헤드 스피드, 근력과 파워, 신체 가동성, 타격의 정확성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필라테스만 한다고 비거리가 자동으로 증가한다고 보는 것은 과장이다.
오히려 골퍼에게 이상적인 접근은 세 가지 운동을 조합하는 것이다.
웨이트트레이닝 → 힘과 파워
필라테스 → 가동성·안정성·신체 제어
골프 연습 → 스윙 기술과 타격 능력
특히 힘은 충분한데 몸이 뻣뻣해서 백스윙이 어렵거나, 라운드 후 허리가 쉽게 피곤하거나, 스윙할 때 상체가 흔들리거나, 자신의 근력에 비해 비거리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 골퍼라면 필라테스를 보조 운동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중년 남성에게 더욱 의미 있는 조합
나이가 들수록 운동의 목적도 조금씩 달라진다.
단순히 더 무거운 중량을 드는 것뿐 아니라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관절의 가동범위와 균형, 몸의 움직임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근력운동과 필라테스의 조합은 중년 이후 남성에게도 좋은 운동 전략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 2회 정도 근력운동을 하고 여기에 주 1~2회 필라테스를 추가하면서 골프 연습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개인의 체력과 기존 운동량에 따라 빈도는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필라테스의 목표는 웨이트를 대신하는 것도, 골프 레슨을 대신하는 것도 아니다.
웨이트를 더 안정적으로 하고, 골프 스윙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몸의 기본적인 움직임을 다듬는 것.
바로 이 점이 남성, 특히 골프를 즐기는 남성에게 필라테스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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