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X | 사회·관광 정책 · 2026년 10월 15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는 제주, 치안 불안과 관광 이미지 훼손 우려는 뒷전인가…관광객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과 신뢰
제주도가 관광산업의 미래를 놓고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주도가 오랫동안 쌓아온 청정 관광지의 이미지와 관광객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주도의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도가 앞으로 어떤 관광지로 남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관광객 감소를 걱정해 입국 문턱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과연 장기적으로도 제주도 경제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안전하고 쾌적한 관광환경을 구축해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은 제주도를 만드는 것이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닐까.
관광객 한 명이라도 아쉬운 제주, 무비자 정책을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
제주도의 무사증 입국 제도는 국제자유도시 조성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됐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외국인이 별도의 비자 없이 제주도에 입국해 제한된 기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관광업이 지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주도에 외국인 관광객은 중요한 소비 주체다. 숙박업과 음식점, 면세점, 운송업, 관광시설 등 다양한 산업이 관광객의 지출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무사증 제도를 제한하거나 폐지할 경우 관광객이 줄어들고 지역경제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관광객 감소를 우려해 현재의 입국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제주도의 장기적인 관광 경쟁력까지 보장해 주는가.
관광객 숫자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주민들의 생활환경이나 관광객이 느끼는 안전과 만족도를 소홀히 한다면, 단기적인 관광수입을 지키려다가 장기적인 관광 수요를 잃을 수도 있다.
물론 제주도민이나 관광업계가 관광객 감소를 우려해 무사증 제도의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제도 개선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는 있다.
범죄 사건이 남기는 불안, 관광지의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최근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 사건과 외국인 관련 사건들이 언론과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광지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개별 사건의 충격이 제주도 전체에 대한 인식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은 여행지를 선택할 때 아름다운 풍경과 숙박비만 고려하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지, 밤에도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는지, 불편하거나 위협적인 상황에 처하지 않을지 등을 함께 판단한다.
제주도의 관광 경쟁력은 단순히 자연경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휴식할 수 있다는 믿음 역시 중요한 관광자산이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구분해야 할 사실이 있다.
외국인 관련 범죄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사증 제도가 범죄 증가의 원인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 범죄 발생 추이, 무사증 입국자의 범죄 비중, 관광객 수 대비 범죄 발생률 등을 분석해야 인과관계를 논의할 수 있다.
특정 국적이나 외국인 관광객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접근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광객과 주민이 체감하는 안전 문제를 단순한 이미지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관광정책을 평가할 때 관광객 유치 실적뿐 아니라 안전관리 성과를 함께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관광객 1,000만 명보다 중요한 것은 제주에 남기는 가치
관광정책의 성과를 방문객 숫자로만 평가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가령 연간 관광객 1,000만 명이 방문해 1인당 30만 원을 소비한다면 총소비액은 3조 원이다.
반면 관광객이 800만 명으로 줄더라도 1인당 소비액이 40만 원으로 증가한다면 총소비액은 3조 2,000억 원이 된다.
관광객 수는 20% 감소했지만 소비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셈이다.
이는 실제 제주도 관광통계가 아니라 관광정책의 방향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 계산이다. 실제 경제효과를 판단하려면 관광수입뿐 아니라 고용, 지역 내 소득 분배, 환경관리 비용 등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방문객 숫자만으로 관광산업의 성공을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관광객이 많아도 교통혼잡과 환경훼손이 심해지고 주민들의 생활 만족도가 떨어진다면 제주도 전체가 얻는 이익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
반대로 안전하고 쾌적한 관광환경을 갖추고 체류형·고부가가치 관광을 확대한다면 관광객 숫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도 모색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증가했지만, 내국인 관광객은 왜 줄었나
실제 관광통계에서도 제주 관광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025년 제주 방문객은 약 1,386만 명이었다.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약 224만 명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은 감소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2025년 11월까지 내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회복 움직임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제주도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더욱 의존하게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내국인 관광객 감소의 원인을 무사증 입국이나 외국인 관련 범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 제주 여행비용, 항공료, 숙박비, 관광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히려 제주도가 진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도를 예전만큼 매력적인 여행지로 느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다.
국내 관광객이 제주도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가격 경쟁력 때문인지, 관광서비스의 질 때문인지,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무사증 제도 역시 이러한 관광 경쟁력 전반의 관점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면 오히려 제주 관광이 살아날 수 있을까
무사증 제도 제한이 반드시 관광산업에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온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입국심사를 강화하고 체류관리를 개선해 관광객과 주민의 안전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면, 장기적으로 관광지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무사증 폐지로 해외 관광객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국제항공 노선이나 관광산업이 위축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전면 폐지와 현행 유지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놓고 논쟁할 필요는 없다.
입국관리 위험도에 따른 심사 강화, 불법체류 관리 개선, 범죄 예방을 위한 국제 공조, 관광지 치안 강화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효과를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하는 일이다.
무사증 입국자의 체류 위반율과 범죄 발생률, 관광객 만족도, 재방문 의향, 관광객 1인당 소비액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면 지금보다 근거 있는 정책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제주도민에게도 관광객 숫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제주도는 관광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수십만 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터전이기도 하다.
관광객 증가가 지역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다. 그러나 관광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관광객 증가로 인한 부담이 모든 주민에게 동일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관광업 종사자에게는 방문객 감소가 생계 문제일 수 있다. 반면 관광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주민에게는 교통혼잡, 소음, 쓰레기, 생활환경 악화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제주도민 전체가 관광객 감소를 두려워해 무사증 정책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식의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대신 제주도는 관광업계의 경제적 요구뿐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생활환경과 안전 수준도 관광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관광산업이 성장하더라도 주민들이 살기 불편한 지역이 된다면 지속가능한 관광지라고 보기 어렵다.
제주도는 관광객이 많은 섬보다 다시 찾고 싶은 섬이 되어야 한다
제주도는 다른 관광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연환경과 독특한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한라산과 오름, 해안 풍경, 올레길, 섬 특유의 생활문화는 제주도의 경쟁력을 형성하는 핵심 자원이다.
하지만 자연환경이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관광객이 계속 찾아오는 시대는 아니다.
여행객은 관광지의 안전, 서비스 품질, 가격의 합리성, 환경관리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제주도가 청정 관광지라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싶다면 단순히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깨끗하고 안전하며 여행하기 편리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사증 제도가 이러한 목표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무사증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일부 조정할 것인지, 전면 재검토할 것인지는 그 결과에 따라 논의할 문제다.
관광객 감소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신뢰의 상실이다
제주도가 관광객 감소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관광산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주민들이 많고, 관광객 감소는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광객 감소에 대한 두려움이 정책을 재검토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관광객이 줄어들까 봐 입국제도를 손대지 못한다면, 그 제도가 제주도에 실제로 어떤 이익과 비용을 발생시키는지 제대로 평가할 기회도 사라진다.
반대로 충분한 검증 없이 무사증 입국을 폐지하는 것 역시 제주 관광산업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국인을 얼마나 쉽게 입국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제주도를 방문한 사람이 얼마나 안전하고 만족스럽게 여행하고 다시 찾고 싶어 하는가다.
관광객 숫자는 정책과 시장 상황에 따라 늘거나 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훼손된 관광지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
제주도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것은 올해 관광객이 몇 명 줄어드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제주도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남아 있을 것인가다.
무사증 제도를 둘러싼 논쟁도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을 넘어 제주도의 안전과 신뢰, 지속가능한 관광 경쟁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료: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2025년 관광객 통계, 제주관광공사 2025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및 제주관광빅데이터플랫폼. 이 기사는 공개 통계에 기초한 정책 비평으로, 무사증 입국과 범죄 증가 또는 관광 수요 감소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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