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목표…생산성 개선 없으면 지속 가능성에 한계
2026년 정부가 ‘워라밸+4.5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주 4.5일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요일 오후 휴무, 격주 금요일 휴무, 매일 1시간 단축근무 등 기업 상황에 맞게 근로시간을 줄이고 정부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직장인과 기업 모두가 궁금해하는 문제는 따로 있다. 정부지원이 끝난 뒤에도 근로시간과 임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면적인 주 4.5일제 의무화는 아니다
현재 추진되는 주 4.5일제는 모든 사업장에 법적으로 적용되는 제도가 아니다. 노사가 합의해 임금 감소 없이 실제 근로시간을 단축한 기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시범적 성격의 사업이다.
기업별 운영 방식도 다양하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쉬거나 격주로 특정일을 휴무일로 지정할 수 있다. 주 38시간제 또는 주 35시간제를 도입해 매일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주 40시간을 4.5일에 몰아서 일하는 ‘압축근무’와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 사업의 중심은 출근일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
제도상 임금은 유지되지만 실수령액은 줄 수 있어
워라밸+4.5 프로젝트는 ‘임금 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전제로 한다. 월급 300만 원을 받는 근로자가 주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더라도 월 고정임금 300만 원을 유지하는 구조다. 이 경우 근로자의 월급은 그대로이고 시간당 임금은 오히려 높아진다.
하지만 실제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까지 완전히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줄면서 관련 수당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급이나 상여금이 생산량·매출·근로시간과 연동된 기업이라면 총소득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근로자는 ‘기본급 유지’라는 설명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고정수당과 변동수당, 성과급을 포함한 전체 보상과 실제 예상 수령액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봐야 한다.
신규채용은 일자리를 늘리지만 기업에는 비용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기존 인력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이 신규 인력을 채용해 이 공백을 보완하도록 추가 지원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근로자 10명이 각각 주 40시간씩 일하던 회사의 전체 근로시간은 400시간이다. 이를 1인당 주 36시간으로 줄이면 총 40시간의 공백이 발생한다. 이는 근로자 한 명의 주당 근로시간과 비슷하다.
기업이 한 명을 추가 채용하면 기존 생산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신규 근로자의 임금뿐 아니라 4대 보험, 퇴직급여, 복리후생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정부지원이 제공되는 동안에는 비용 부담이 줄지만, 지원 종료 후에는 기업이 이를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의 핵심은 ‘지원금’보다 ‘생산성’
주 40시간을 36시간으로 10% 줄이면서 같은 인원과 임금으로 동일한 성과를 내려면 시간당 생산성이 약 11.1% 높아져야 한다.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를 줄이고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의사결정 단계를 단순화하면 근로시간이 줄어도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 충분한 휴식으로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직률과 결근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한다면 채용과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효과가 추가 인건비보다 크다면 정부지원이 끝난 후에도 기업은 주 4.5일제를 유지할 이유가 생긴다.
반대로 업무방식은 그대로 둔 채 지원금으로 인건비 차액만 메우는 기업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 지원 종료 후 임금 인상을 억제하거나 성과급과 복지비를 축소하고, 다시 근로시간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매출이 영업시간이나 투입인력에 직접 비례하는 음식점·운송·돌봄·제조업 등은 사무직 중심 기업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 업종별로 서로 다른 운영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지원 종료가 곧바로 임금 삭감을 의미하지는 않아
정부지원이 종료됐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가 근로자의 기본급을 바로 삭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유지가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반영됐다면 이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별도의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지원 종료 자체가 임금 삭감의 법적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회사가 연장근로를 다시 늘리거나 향후 임금 인상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비용을 조정할 가능성은 있다. 변동 성과급이나 복리후생 제도를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임금 유지 범위와 근로시간, 업무량, 성과평가 기준, 제도 변경 절차를 명확하게 합의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정착 여부는 아직 검증 단계
워라밸+4.5 프로젝트는 2026년에 처음 시행됐다. 참여기업의 초기 사례는 나오고 있지만, 정부지원 종료 후에도 근로시간과 임금이 유지되는지 보여주는 장기 자료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결국 주 4.5일제가 일시적인 지원사업을 넘어 새로운 근로형태로 자리 잡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근로시간 감소가 임금이나 업무강도 악화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둘째, 기업은 자동화와 업무 재설계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정부는 참여기업 수뿐 아니라 지원 종료 후 유지율, 근로자의 실수령액, 업무강도와 신규채용의 질까지 평가해야 한다.
주 4.5일제의 성패는 하루를 덜 출근하는 데 있지 않다. 더 짧게 일하면서도 근로자의 소득과 기업의 경쟁력을 함께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지원은 그 전환을 시작하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지원이 사라진 뒤에도 제도가 유지될 수 있는 기업 운영 모델을 만드는 것이 진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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