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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보다 ‘군 면제’였나…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논란이 씁쓸한 이유

 

금메달보다 ‘군 면제’였나…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논란이 씁쓸한 이유



국가대표의 목표가 병역 해결인가…선수들의 발언이 다시 불붙인 ‘병역특례’ 공정성 논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일본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만 놓고 보면 축하받아 마땅한 성과다.

그러나 금메달의 감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부 선수들이 우승 직후 병역 혜택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축하 분위기는 순식간에 ‘병역특례가 과연 공정한가’라는 논란으로 바뀌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오히려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체육인 병역특례 제도가 이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군 면제 하나만 보고 뛰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일부 선수들의 발언과 행동이 있었다.

양민혁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메달이나 트로피보다 “군 면제라는 보상”을 언급하며 그것을 보고 경기를 뛰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주장 이기혁 역시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저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고, 박승수는 라커룸에서 이른바 ‘전역모’를 착용한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선수들에게 병역 문제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중요한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축구선수의 전성기는 짧다. 특히 유럽 무대에서 뛰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젊은 선수에게 약 18개월의 현역 복무는 선수 경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처럼 공개적으로 표현됐다는 점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대표팀의 금메달이 국가와 국민을 대표해 얻은 스포츠의 성취가 아니라 개인의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처럼 비쳐졌다면, 국민이 느끼는 허탈감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군 면제’도 아니다

현재 제도는 흔히 ‘금메달 병역면제’라고 불리지만 법적으로는 완전한 병역면제가 아니다.

병무청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는 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특기자에게 군 복무 대신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따라서 선수들이 법에 없는 특혜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 현행 제도가 정한 조건을 충족해 합법적인 혜택을 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법적으로 정당한 제도라고 해서 오늘날 국민이 느끼는 공정성까지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973년의 ‘국위선양’을 2026년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하나

이 제도의 출발점은 ‘국위선양’이었다.

1970~80년대 한국에서 국제 스포츠대회 메달은 지금보다 훨씬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높이는 수단이었고 국가가 엘리트 스포츠를 정책적으로 육성할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2026년의 대한민국은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K팝 가수와 배우, 영화감독, 게임 선수, 기업인, 연구자 등 수많은 분야의 한국인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다.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생긴다.

왜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병역특례의 기준이 되면서 다른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거둔 청년에게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가.

실제로 이번 논란에서도 BTS의 군 복무 사례가 다시 거론됐고,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형평성을 문제 삼는 국민동의청원까지 등장했다.

국위선양이라는 개념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진 상황에서 특정 스포츠대회의 성적만으로 병역 의무에 큰 차이를 두는 것이 타당한지 다시 물어야 할 때다.

더 큰 문제는 ‘금메달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는 구조다

현행 기준은 체육선수에게도 기묘한 구조를 만든다.

병무청의 현행 기준은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다.

결국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과 금메달 사이에 단순한 메달 색깔 이상의 차이가 생긴다.

금메달을 따면 선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병역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은메달이면 그렇지 않다.

국가가 스포츠 선수들에게 사실상 ‘우승하면 병역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거대한 인센티브를 걸어 놓은 셈이다.

그런 제도를 만들어 놓고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강하게 의식한다고 비판하는 것도 모순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몇몇 젊은 선수들의 경솔한 발언에만 돌려서는 안 된다.

선수들이 병역 문제를 금메달의 가장 큰 보상으로 생각하도록 만든 제도 자체를 함께 돌아봐야 한다.

16분을 뛰어도 같은 혜택…공정성 질문 피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에서는 대표팀에서 3경기에 교체 출전해 총 16분을 뛴 박승수 역시 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됐다. 과거 존재했던 ‘단체경기종목의 경우 실제로 출전한 선수만 해당한다’는 조항도 2020년 삭제됐다.

팀 스포츠에서 출전시간만으로 선수의 공헌도를 평가할 수 없다는 반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병역이라는 매우 무거운 국민의 의무에 예외를 인정하는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경기의 출전시간이나 한 대회의 선수 등록 여부가 한 청년의 향후 병역 형태를 크게 바꿀 정도의 기준이 되어도 되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같은 나이의 다른 청년들은 취업과 학업, 사업과 가족 문제를 뒤로하고 군에 입대한다.

실제 이번 논란이 확산되던 10월 6일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장병과 가족들 사이에서도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단순한 ‘질투’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의 발언은 부적절했다…그러나 진짜 책임은 제도에 있다

이번 선수들의 언행은 분명 아쉬웠다.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 있거나 이미 수행한 수많은 청년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병역 혜택을 마치 우승의 가장 큰 전리품처럼 표현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국방부 역시 일부 스포츠계에서 나온 언행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며 병역의무의 가치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병역자원 감소와 형평성, 공정성을 고려해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제도의 감축·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수 몇 명을 비난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4년 뒤 똑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가 금메달에 병역특례라는 엄청난 보상을 걸어 놓은 이상 선수들에게 병역은 계속해서 아시안게임의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될 수밖에 없다.

금메달에는 상금을 주면 된다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면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

포상금을 지급할 수도 있고 연금이나 훈련지원금을 확대할 수도 있다. 선수 생활을 고려해 입영 시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실제로 체육계와 학계에서는 현역 복무 자체를 없애는 대신 입영 연령을 늦추거나, 한 번의 대회 성적이 아닌 여러 국제대회의 성적을 누적하는 ‘마일리지’ 방식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돼 왔다.

그러나 병역 의무 자체를 국제대회 메달의 보상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병역은 국가가 국민에게 부과하는 가장 무거운 의무 가운데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예외가 존재하려면 단순히 “국위선양을 했다”는 설명보다 훨씬 엄격하고 현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이제 질문은 선수들이 아니라 국가가 답해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논란은 역설적으로 중요한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

금메달 하나가 한 청년의 병역 의무를 사실상 크게 줄여줄 만큼 특별한 가치인가.

그리고 그 답이 ‘그렇다’라면 또 다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세계적인 음악가와 가수, 연구자, 기업가, 기술자와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낸 수많은 다른 청년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제도는 이미 시대적 정당성을 상당 부분 잃은 것이다.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 흘린 땀과 노력은 존중받아야 한다. 아시안게임 4연패 역시 축하할 만한 성취다.

하지만 스포츠의 성취를 존중하는 것과 병역특례를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누가 병역특례를 받을 것인가’를 다시 정하는 수준을 넘어, 국제대회 성적을 병역 의무와 직접 맞바꾸는 제도 자체가 2026년 대한민국에도 필요한가를 물어야 한다.

금메달은 금메달로 보상하고, 병역은 병역의 원칙으로 다루는 것.

병역의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제 그 원칙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병역의 의무를 다 한 사람에게 혜택을 줘야한다. 병역면제 그 자체가 혜택이 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국민은 병역의 의무를 해야 한다. 그것이 싫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대한민국 국적자들에게 해당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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