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에도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이 국내외에서 높은 시청 성적을 기록했다. 논란이 작품의 흥행을 방해하기보다 오히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시청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해인과 하영이 주연을 맡은 ‘이런 엿같은 사랑’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검사와 그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복싱 코치의 동거 생활을 그린 12부작 로맨틱 코미디다. 작품은 2026년 8월 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흥행 성적은 뚜렷하다. 공개 첫 주 넷플릭스 비영어권 쇼 부문 5위에 오른 데 이어, 8월 10일부터 16일까지 집계에서는 750만 시청 수와 8,80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비영어권 쇼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포함한 26개국에서 1위에 올랐고, 총 68개국에서 톱10에 진입했다.
국내에서도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공개 하루 만인 8월 8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6위로 진입한 뒤, 이튿날인 9일 1위로 상승했다. 이후 논란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기간에도 국내 정상권을 유지했으며, 8월 21일 집계에서도 국내 TV 프로그램 부문 1위로 나타났다.
다만 넷플릭스 작품에는 지상파·케이블 드라마와 같은 시청률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 넷플릭스는 국가별 실제 시청자 수와 시청 점유율을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1위라는 순위는 당시 한국 넷플릭스에서 다른 작품보다 많이 시청됐다는 상대적인 의미일 뿐, 구체적으로 몇 명이 작품을 봤는지는 알 수 없다. 글로벌 시청 수 750만 가운데 한국 시청이 차지하는 비율도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와 해외의 온도 차
하영과 관련된 논란은 그가 방송에서 4대째 이어진 의사 집안의 내력을 소개한 이후 불거졌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과거 행적이 재조명됐고, 친일 단체 활동과 당시 발언 등을 둘러싼 비판이 확산했다. 이후 하영과 정해인의 작품 관련 인터뷰가 취소되는 등 파장이 이어졌다.
정확히 구분하면 하영 본인의 친일 행위가 아니라 증조부의 행적과 그에 대한 하영의 설명 및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다. 조상의 행적을 후손 개인의 책임과 연결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 문제가 해외에서는 국내만큼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근현대사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시청자에게 배우의 가족사는 작품 선택을 좌우할 만큼 잘 알려진 정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해외 흥행에는 정해인의 인지도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대중성,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 등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작품이 68개국에서 톱10에 진입했다는 점도 글로벌 순위가 국내 논란과 상당 부분 분리돼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해외 수요가 전체 성적을 강하게 끌어올린 만큼, 국내 논란만으로 글로벌 1위의 원인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논란이 ‘호기심 시청’을 불렀나
국내에서는 논란이 오히려 작품에 대한 관심을 키웠을 가능성도 있다. 관련 보도가 반복되면서 배우와 작품 제목의 노출이 급증했고, 내용을 직접 확인하려는 이른바 ‘호기심 시청’이 발생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이용 방식도 이러한 현상을 촉진할 수 있다. 기존 가입자라면 별도의 결제 없이 작품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호기심으로 재생한 이용자가 늘면 작품 순위가 상승하고, 높아진 순위가 다시 새로운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순환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논란이 흥행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작품은 관련 논쟁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부터 국내 순위가 6위에서 1위로 빠르게 상승했다. 해외에서도 폭넓은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작품 자체의 장르적 매력과 출연 배우의 인지도가 기본적인 흥행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결국 현재로서는 “원래 흥행 가능성이 높았던 작품에 논란이 국내 인지도와 호기심을 일부 더했을 수 있다”는 정도의 해석이 가능하다. 논란 전후의 한국 시청자 수와 이탈률, 유입 경로 등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효과의 크기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 가능성은
일각에서는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관련 이슈를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제작사와 배우 측에는 위험이 큰 사안이었다. 예정된 인터뷰가 취소됐고, 주연 배우의 이미지와 향후 활동에도 부담이 생겼다. 특히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 불거진 친일 관련 논란은 반발의 방향과 규모를 통제하기 어려워 일반적인 노이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위험성이 지나치게 크다.
작품이 논란 확산 전부터 국내 1위에 오른 점도 의도적인 이슈 조성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최초 제보나 자료 확산 과정에서 제작사·넷플릭스·소속사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이나 관계자 증언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논란을 만들거나 유포한 것과 이미 발생한 논란이 결과적으로 홍보 효과를 낸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재 공개된 정황에 가장 부합하는 설명은 기획된 마케팅이라기보다 예상하지 못한 논란이 반복 보도를 거치면서 부수적인 관심 효과를 만들었을 가능성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엿같은 사랑’은 국내 논란과 글로벌 소비가 서로 다르게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국내에서는 역사적 책임과 후손의 태도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지만, 해외에서는 작품의 장르와 배우, 넷플릭스 노출 효과가 흥행을 주도했다. 국내에서도 논란이 실제 시청 거부로 이어졌다는 뚜렷한 징후는 순위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높은 순위가 논란에 대한 대중의 판단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 소비와 배우를 둘러싼 사회적 평가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번 흥행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논란 때문에 성공했다’거나 ‘논란이 아무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단정 대신, 작품 자체의 경쟁력과 해외 수요, 국내의 호기심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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