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비자 천국’ 정말 치안에 영향 없나…불법체류 1만 명과 범죄 통계의 진실
잇따른 실종·사망 사건에 제주 치안 불안 확산…무사증 입국까지 도마 위
불법체류 문제와 일부 범죄는 현실…그러나 최근 실종 사건과 외국인 연관성은 확인 안 돼
필요한 것은 ‘외국인 공포’가 아니라 입국 이후 체류·소재 관리 강화
최근 제주에서 실종자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제주 치안을 둘러싼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월 실종된 30대 여성이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여러 실종자가 잇따라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SNS에서는 이른바 ‘제주 실종지도’까지 등장했다. 제주와 캄보디아를 빗댄 ‘귤보디아’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확산했다.
일부에서는 제주 여행을 취소하거나 야간에 외진 지역 방문을 피하겠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바로 제주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와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다.
제주에서는 왜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을까
제주 무사증 제도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일정 국가의 외국인이 별도의 사증 없이 제주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현재 무사증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제주에 한정해 최장 3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제주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제한된다.
관광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 입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중요한 제도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다른 문제도 함께 커졌다.
바로 체류기간이 끝난 뒤에도 출국하지 않는 불법체류 문제다.
최근 제주 무사증 관광객의 다른 지역 이동을 허용하자는 논의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동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신원 확인과 이동 경로 관리, 관광 일정 이탈과 불법체류 방지를 위한 별도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 불법체류 외국인 ‘1만 명’…무시하기 어려운 숫자
최근 정치권에서도 제주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가 거론됐다.
8월 말 제주 실종사건 대응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제주에 1만 명이 조금 넘는 불법체류자가 있으며 이 가운데 약 85%가 중국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공방과 별개로 제주에서 상당한 규모의 미등록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은 치안과 출입국 관리 측면에서 그냥 지나칠 문제는 아니다.
특히 불법체류 상태가 되면 정상적인 외국인 체류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기 쉽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어디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실제 소재지가 어디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사증 입국 → 체류기간 초과 → 불법체류 → 소재 파악 어려움’이라는 관리상의 취약성은 무사증 제도를 평가할 때 관광 효과와 별도로 살펴봐야 할 문제다.
실제 불법체류 외국인 범죄도 발생한다
우려가 단순한 가정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지난 7월 제주에서는 중국 국적의 30대 불법체류자가 무면허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경찰의 정지 명령에 불응하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 시민들의 추격 끝에 운전자가 검거됐고,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중국 국적 불법체류자 3명도 출입국 당국에 인계됐다.
제주경찰 역시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치안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올해 기동순찰대를 개편하면서 기존 외사기동순찰팀을 강화하고 영어·중국어·베트남어 등 외국어 능통자를 배치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누웨마루거리와 면세점, 매일올레시장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범죄 예방과 관광치안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무사증과 불법체류 문제에 대한 관리 강화 요구 자체를 단순한 ‘괴담’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제주 범죄 대부분이 외국인 범죄일까
여기서는 통계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공개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검거된 전체 피의자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약 3.5%**였다.
경기남부 4.13%보다 낮고 서울 3.42%, 인천 3.19%와도 큰 차이가 없다.
제주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불법체류 문제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는 것과 달리 전체 검거 피의자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만 놓고 보면 다른 대도시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제주의 범죄 종류를 살펴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지난해 제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범죄는 사기·횡령·배임 등 지능범죄 8,997건이었다. 이어 교통범죄 4,913건, 폭행·상해·협박 등 폭력범죄 4,746건 순이었다.
반면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는 422건으로 전체 발생 범죄의 1.5% 미만이었다.
따라서 ‘제주에 외국인이 많다 → 제주 범죄가 많다 → 외국인이 범죄 증가의 원인이다’라는 식의 단순한 연결은 현재 공개된 통계로 뒷받침하기 어렵다.
최근 실종 사건도 외국인 범죄와 연결됐을까
더욱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다.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사망 사건을 놓고 온라인에서는 중국인 범죄조직이나 장기밀매 조직 등이 관련됐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경찰 수사나 확인된 사실을 기준으로 보면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실종 사건에 외국인 또는 불법체류자가 개입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을 더욱 크게 만든 것은 경찰의 실종신고 처리 문제였다.
실종자의 소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 대응 체계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정치권까지 현장을 방문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확대됐다.
따라서 실종사건과 무사증 외국인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근거가 부족하다.
‘제주 범죄율 1위’에도 통계의 함정이 있다
제주가 전국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주장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제주라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주의 주민등록인구는 2026년 8월 기준 약 66만 명이다. 반면 실제 제주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주민등록인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제주는 매년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관광지역이다.
범죄 발생 건수에는 관광객과 관련된 사건도 포함되지만 인구 대비 범죄율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분모는 주로 상주인구다.
관광객 등 생활인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제주 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통계 착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제주에서 접수된 성인 실종 신고는 786건으로 알려졌는데 인구 10만 명당 신고 건수 기준으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가운데 7위였다.
최근 사건이 집중적으로 보도되면서 느끼는 체감 위험과 통계상 위험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무사증 문제를 외면해도 될까
그렇지는 않다.
무사증 제도가 제주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것과 무사증 제도를 이용한 불법체류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특히 불법체류자가 1만 명을 넘는 수준이라면 단순한 관광정책을 넘어 출입국·노동·치안·지역사회 관리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국적이 아니라 **‘누가 입국했고, 언제까지 체류해야 하며, 체류기간이 끝난 사람이 실제로 출국했는지를 관리할 수 있는가’**다.
입국 심사를 정상적으로 거쳐 관광하고 돌아가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과 불법체류자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외국인 혐오를 우려한다는 이유로 불법체류 관리 문제까지 외면해서도 곤란하다.
‘무사증 폐지냐 유지냐’보다 관리 시스템이 먼저다
제주 무사증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폐지냐 유지냐’라는 단순한 선택보다 관리 능력의 문제로 귀결된다.
입국자의 신원을 얼마나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지, 체류기간을 넘긴 외국인을 얼마나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불법취업 알선 조직이나 브로커를 차단할 수 있는지, 경찰과 출입국 당국이 관련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유하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제주도가 무사증 관광객의 타지역 이동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관리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현재 제주에 한정된 관리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관광객 증가라는 경제적 효과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불법체류 증가 가능성과 이에 필요한 행정·치안 비용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귤보디아’가 아니라 숫자로 제주를 봐야 한다
최근 제주를 둘러싼 불안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문제가 섞여 있다.
첫째는 실제 발생한 실종·사망 사건과 경찰 대응 문제다.
둘째는 무사증 제도를 통한 입국 이후 발생하는 불법체류와 일부 외국인 범죄 문제다.
셋째는 이를 연결해 중국인 범죄조직이나 장기밀매 등으로 확대하는 확인되지 않은 온라인 괴담이다.
세 가지를 하나로 묶으면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공개된 통계만으로 ‘무사증 때문에 제주 치안이 무너졌다’고 결론 내릴 근거는 부족하다.
그러나 동시에 1만 명이 넘는 불법체류자가 존재하고 실제 불법체류자의 범죄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사증 제도와 치안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제주 관광을 살리기 위해 무사증 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만큼 입국 이후 체류와 출국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강화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국적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관광객은 편리하게, 불법체류는 어렵게, 범죄자는 신속하게 추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어쩌면 무사증 제도 자체보다, 지난 20여 년 동안 관광객을 늘리는 데 집중했던 제주가 그에 걸맞은 체류·치안 관리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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