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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줄이면 부자된다? 네팔 대홍수가 우리에게 던진 ‘생활비’의 질문

 


탄소배출 줄이면 부자된다? 네팔 대홍수가 우리에게 던진 ‘생활비’의 질문

자동차 덜 타고, 전기 아끼고, 덜 사고 덜 버리는 생활…탄소도 줄이고 통장도 지킨다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가 네팔을 덮쳤다.

지난 8월 26일 네팔 북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발생한 빙하 붕괴와 이에 따른 급류는 물과 진흙, 암석을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냈다. 9월 초 기준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수천 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되는 등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도로와 교량, 주택뿐 아니라 수력발전 시설까지 파괴됐다. UNDP는 피해 지역에 쌓인 토사와 건물 잔해 등을 약 220만 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11개 수력발전소와 1개 태양광 발전시설도 가동을 멈췄다. 

이번 재난의 직접적인 원인은 히말라야 고산지역에서 발생한 빙하·암석 붕괴와 그에 따른 급격한 홍수다. 다만 개별 재난을 단순히 '탄소배출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과학자들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그 배경이다.

기온 상승과 빙하 후퇴가 계속되면서 히말라야 산악지역에서 빙하 붕괴, 빙하호 범람, 산사태와 같은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AP가 인터뷰한 전문가들도 온난화가 진행되는 히말라야에서 이 같은 재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팔은 많이 배출하지 않았는데 왜 큰 피해를 볼까

기후변화 문제의 불편한 현실도 이번 재난에서 드러난다.

네팔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은 국가다. 그럼에도 빙하와 고산지대가 많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기후변화의 충격에는 매우 취약하다. 결국 탄소를 많이 배출한 곳과 기후재난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사는 평범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동차를 조금 덜 타고, 전기와 가스를 덜 사용하고, 필요한 만큼만 먹고,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행동들이 탄소배출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돈도 아껴준다는 사실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생활은 대체로 돈도 많이 든다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자동차를 많이 운전하면 연료를 더 사용한다. 탄소배출도 증가하지만 주유비도 증가한다.

여기에 주차비와 통행료, 타이어와 소모품, 정비비까지 따라온다.

반대로 가까운 거리는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동차 주행거리를 줄이면 탄소배출과 생활비가 동시에 줄어든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름에 에어컨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겨울에 실내온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전기와 가스 사용량이 늘어난다.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증가하지만 결국 그 비용은 전기·가스요금으로 돌아온다.

탄소를 줄이는 행동과 돈을 아끼는 행동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결국 돈을 버는 일이다

냉장고에 식재료를 가득 사놓았다가 먹지 못하고 버리는 가정도 많다.

문제는 우리가 버리는 음식이 단순히 '음식 한 접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농산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고, 식품을 가공하고 냉장·냉동하고, 포장하고 마트까지 운송하는 데 이미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들어갔다.

먹지 않고 버린다면 그 과정에 들어간 비용과 자원을 함께 버리는 셈이다.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남은 음식을 활용하는 습관은 가장 현실적인 저탄소 생활이면서 동시에 식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가장 친환경적인 제품은 '새 친환경 제품'이 아닐 수도 있다

친환경 생활이라고 하면 텀블러나 친환경 가방, 친환경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방법은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2년마다 바꾸던 사람이 4년을 사용하고, 유행이 바뀔 때마다 옷을 구입하던 사람이 기존 옷을 더 오래 입고, 사용할 수 있는 가구와 가전제품을 수리해서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새 제품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 채취부터 제조, 포장, 운송까지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때로는 새로운 '친환경 상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사지 않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일 수 있다.

배달 한 번 줄이는 것도 작은 탄소 투자

배달음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배달 한 번에는 음식값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배달을 위한 이동이 있고 일회용 용기와 비닐봉투, 수저와 포장재가 따라온다. 소비자에게는 배달료와 외식비라는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한 달에 몇 번이라도 배달을 줄이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면 포장재와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생활비도 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배달을 절대 하지 말자'가 아니다.

조금 덜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말 '탄소배출을 줄이면 부자가 될까'

물론 자동차를 하루 덜 탄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등 몇 개를 끈다고 갑자기 통장에 큰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반복'에서 달라진다.

자가용 이용을 줄여 매달 10만 원을 절약하고, 전기·가스 사용을 줄여 3만 원, 배달과 음식물 낭비를 줄여 5만 원, 불필요한 쇼핑을 줄여 7만 원을 절약했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이면 25만 원이다.

1년이면 300만 원이고 10년이면 단순 합계만 3,000만 원이다.

여기에 절약한 돈을 소비하지 않고 장기간 저축하거나 투자한다면 복리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탄소배출을 줄이면 부자가 된다'는 말을 단순한 구호로만 볼 필요는 없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생활습관 가운데 상당수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생활습관이고, 그렇게 아낀 돈을 꾸준히 모으면 자산이 된다.

네팔의 재난과 내 자동차 한 번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기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 남는다.

"내가 오늘 자동차를 한 번 덜 탄다고 네팔의 홍수를 막을 수 있는가?"

당연히 그렇게 직접 연결할 수는 없다.

기후변화는 개인 한 명의 행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산업계의 기술 전환, 발전 방식, 건물과 교통 시스템의 변화 등 훨씬 큰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 역시 그 구조 안에 존재한다.

우리가 어떤 자동차를 사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얼마나 자주 물건을 구입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수요도 달라진다.

개인의 행동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행동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탄소중립을 '희생'이 아니라 '절약'으로 생각해보자

탄소중립이라고 하면 흔히 불편한 생활을 먼저 떠올린다.

자동차를 타지 말고, 에어컨을 켜지 말고, 고기를 먹지 말고, 여행하지 말라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덜 운전하고
에너지를 덜 낭비하고
음식을 덜 버리고
필요 없는 물건을 덜 사고
가지고 있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

이것은 환경운동인 동시에 매우 전통적인 '절약'의 방법이다.

네팔에서 벌어진 참혹한 재난은 기후위험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이번 홍수와 기후변화 사이의 구체적인 인과관계는 앞으로 더 많은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지만, 온난화하는 히말라야에서 빙하와 산악재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는 이미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오늘부터 모든 생활을 바꿀 필요는 없다.

자동차를 조금 덜 타고, 전기를 조금 덜 쓰고, 음식물을 조금 덜 버리고, 물건 하나를 조금 더 오래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돈을 통장에 남겨보자.

지구를 위해 시작한 작은 행동이 결국 내 지갑까지 지켜주는 생활습관이 될 수 있다.

어쩌면 탄소중립의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은 거창한 희생이 아니라 이것일지도 모른다.

"탄소도 줄이고, 돈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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